마지막인 줄도 모르고: AI 시대, 리더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
부고 한 통이 가르쳐 준, AI 시대 리더의 고유한 역할에 대한 성찰.
A REFLECTION
며칠 전, 부고 한 통을 받았습니다.
오래 알고 지낸 분이었습니다. 함께 일할 기회가 있어, 한동안 같은 프로젝트를 도모하던 분이었습니다.
한 모임이 끝난 뒤, 그분이 조용히 다가오셨습니다.
"잠깐 시간 좀 되실까요?"
따로 마주 앉은 자리에서 어렵게 입을 떼셨습니다. 본인이 큰 병으로 투병 중이라, 활동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저는 그날 분명히 따뜻한 말씀을 드렸습니다. "건강 잘 회복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라고. 그래서 한동안은, 제가 할 수 있는 도리를 다했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저는 평생 잊지 못할 후회를 남기게 됩니다.
함께 일하기로 한 첫 일정을 잡아야 했습니다. 그룹 메시지로 안 되는 날짜를 보내달라고 요청을 드렸고, 그분이 보내신 안 되는 날짜는 다른 분들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저는 그룹 메시지에서 바로 답했습니다.
"○○님은 이미 잘 알고 계신 내용이고, 일정 맞추기도 어려우신 것 같으니 이번에는 함께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나중에 비대면으로 진행할 때 합류하세요."
운영자로서는 합리적인 결정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분은 짧게 답하셨습니다.
그 "알겠습니다"의 무게를, 그때의 저는 보지 못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다른 분들은 그분의 사정을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그 그룹 메시지에서 그분만 콕 집어 "이번엔 함께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공개적으로 안내한 것 — 그 결정이 그분께 어떻게 들렸을지, 그때의 저는 한 번도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개인 톡으로 먼저 여쭤봤어야 했습니다. "이런 사정이 있으시니 이번엔 비대면으로 함께하시는 게 어떨까요?" — 그분의 동의를 먼저 받고, 그다음에 그룹 메시지에는 자연스럽게 안내했어야 했습니다.
순서 하나만 바꿨으면 됐습니다.
그런데 저는 효율을 먼저 봤습니다. 일정을, 운영을, 진행을 먼저 봤습니다. 그분의 마음을 보지 못했습니다.
제 부주의가 그분께 상처를 줬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 그분이 세상을 떠나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마지막인 줄도 모르고, "건강하시길 바란다"는 말 한마디로 제 도리를 다했다고 생각했던 저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는, 단지 말 한마디가 아니었습니다.
따뜻한 리더십: 말 한마디가 결국 마음을 보는 일
따뜻한 말 한마디는, 결국 한 사람의 마음을 한 번 더 들여다보는 일이었습니다. 그 사람의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해 보는 것. 내 결정이 저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0.5초만 더 머물러 보는 것. 그 잠깐의 멈춤이 따뜻한 말의 본질입니다.
켄 블랜차드 박사님은 Simple Truths of Leadership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SIMPLE TRUTH #35 · KEN BLANCHARD
"리더가 얼마나 지적이고 카리스마가 넘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진심으로 구성원을 신경 쓰지 않는다면, 구성원은 리더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 켄 블랜차드 박사, Simple Truths of Leadership
그리고 그다음 장에 마야 안젤루의 문장이 이어집니다.
"팀원은 리더가 무슨 말을 했는지 잊어버린다. 그러나 어떤 감정을 느끼게 했는지는 절대 잊지 않는다."
— 마야 안젤루, Simple Truth #36
저는 이 두 문장을 수없이 강의에서 인용해 왔습니다. 그런데 정작 가장 필요했던 순간, 저 자신이 이 진리를 실천하지 못했습니다.
AI 시대, 리더의 고유한 역할
요즘 대부분의 조직이 AI를 일상적으로 활용합니다. 리포트 작성, 데이터 분석, 자료 조사 — 과거에는 리더가 가르치고 지시해야 했던 많은 영역을 AI가 대신해 줍니다. 리더가 방향만 제시하면, 구성원은 AI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더 잘 해냅니다.
심지어 AI는 결정도 도와줍니다. "이 일정을 어떻게 잡을까?" 물으면 가장 합리적인 안을 즉시 제시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그렇다면 이 시대에 리더의 고유한 역할은 무엇일까?
가르치는 것? AI가 더 친절하고 정확하게 가르칩니다.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 AI가 더 객관적입니다.
THE ONE THING AI CANNOT DO
AI가 할 수 없는 단 한 가지는,
그 결정 안에 한 사람의 마음을 담는 일입니다.
오늘 그 사람이 어떤 표정으로 출근했는지. 요즘 어떤 무게를 짊어지고 있는지. 그룹 메시지의 짧은 "네, 알겠습니다" 뒤에 어떤 침묵이 있었는지. 이건 데이터가 아닙니다. 알고리즘이 처리할 수 없는, 사람만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시선입니다.
AI가 실행을 가져가는 시대일수록, 리더의 한 번의 멈춤은 가벼워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무거워집니다.
진정성 있는 리더십: 언어를 넘는 따뜻한 시선
몇 년 전, 일본에서 영어로 교육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강의를 하면서 보니, 한 참석자가 영어가 익숙하지 않아 종일 힘들어하시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때 저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었습니다. 영어가 서툰 건 저분 개인 사정이지, 강사인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그냥 지나쳤다면, 그 사람과 저는 그날의 만남을 가지지 못했을 겁니다.
그런데 저는 그분의 어두운 표정과 지친 얼굴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점심시간, 옆자리에 앉았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바디 랭귀지로 대화했습니다. "워킹맘으로 매일 얼마나 애쓰시는지, 저는 압니다." 그 마음만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분이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언어는 통하지 않았지만, 진심은 정확하게 가닿았던 것 같습니다. 그날 저는 알았습니다.
진심을 담은 따뜻한 시선은, 언어의 장벽도 넘어선다.
돌아가신 그분께 미안한 만큼
저는 강의에서 늘 가르쳐 왔습니다. 리더는 사람을 알아봐 주는 사람이라고. 칭찬과 인정에 인색하지 말라고. 그런데 제 일상의 작은 결정 하나에서, 저는 그 가르침을 실천하지 못했습니다.
이제 그분께는 어떤 말도, 어떤 사과도 전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다짐했습니다. 돌아가신 그분께 미안한 만큼, 앞으로는 결정 하나하나에 0.5초만 더 머무르자고. 이 메시지가, 이 결정이, 저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 그 한 번의 멈춤을 잊지 말자고.
오늘 당신의 팀에는,
누군가 침묵 속에서 보낸 짧은 "네, 알겠습니다"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 침묵을, 한 번만 더 들여다봐 주세요.
마지막인 줄 모르고 지나가는 것이 —
가장 큰 후회가 됩니다.
"팀원은 리더가 무슨 말을 했는지 잊어버린다. 그러나 어떤 감정을 느끼게 했는지는 절대 잊지 않는다."
— 마야 안젤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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