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교육의 사각지대, 정보 없는 책임감은 없다
교육 예산은 동결되고 AI 스킬로 쏠리는데, 구성원이 가장 먼저 원하는 것은 방향에 대한 정보다. 기업교육이 정보 접근과 함께 설계되어야 하는 이유를 데이터로 짚는다.
기업교육 예산은 좀처럼 늘지 않는다. 한국생산성본부 조사에서 교육담당자의 63%가 2026년 예산을 ‘유지’로 잡았고, 늘어나는 몫은 대부분 디지털·AI 스킬로 향하고 있다. 그런데 예산을 어디에 쓸지 정하기 전에 먼저 확인할 것이 있다. 구성원이 변화의 이유와 앞으로 필요한 역량을 알고 있는가다. PwC가 48개국 직장인 4만 9,364명을 조사한 결과, 변화를 겪은 응답자의 18%는 그 변화가 왜 필요한지조차 이해하지 못한다고 답했고, 앞으로 필요한 역량을 안다는 응답은 49%에 그쳤다. 리더십교육을 아무리 정교하게 설계해도 정확한 정보가 닿지 않는 곳에서는 책임감이 자라지 않는다. 이 글은 기업교육이 왜 정보 접근과 함께 설계되어야 하는지 데이터로 짚고, HR이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행 방법을 정리한다.
데이터: 기업교육보다 먼저 벌어진 정보 격차
PwC의 2026년 글로벌 직장인 설문조사(Global Workforce Hopes and Fears Survey)는 정보와 학습에 대한 접근이 조직 안에서 얼마나 불균등한지 보여준다.
출처: PwC Global Workforce Hopes and Fears Survey 2026 (48개국 49,364명)
평균보다 더 눈여겨볼 것은 격차다. 조직 운영을 실질적으로 떠받치는 핵심 실무 인력, 곧 전체 응답자의 56%를 차지하는 집단에서 학습 자원에 접근할 수 있다는 비율은 40%에 미치지 못했다. 반면 변화를 주도하는 소수의 선도 집단에서는 80%에 가까웠다.
핵심 실무 인력 20%
핵심 실무 인력 40% 미만
정보 접근의 차이는 그대로 태도의 차이로 이어진다. 경영진에 대한 신뢰도 전년보다 7%p 떨어져, 최고경영진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같은 조직에서 같은 변화를 겪어도 정보와 자원이 닿는 집단과 닿지 않는 집단은 마치 다른 회사를 다니는 것처럼 반응한다. 이 간극이 기업교육의 효과를 가르는 숨은 변수다.
국내 데이터는 예산이 어디로 움직이는지 보여준다. 한국생산성본부가 교육담당자 564명과 직장인 1,754명을 조사한 『2026 HRD 트렌드 리포트』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축소 사유의 83%는 경영상 이유
리더·임원 대상 23% → 21%
‘조직 가치와 방향 공유’ 57%
출처: 한국생산성본부(KPC) 2026 HRD 트렌드 리포트
예산은 AI 스킬로 이동하고 있는데, 구성원이 가장 먼저 원하는 것은 조직이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정보다. 조직 정렬(Alignment)의 출발점이 커리큘럼이 아니라 정보에 있다는 신호다.
문제 분석: 책임감이 아니라 정보가 부족하다
현장에서 반복되는 장면이 있다. 조직은 주인의식을 주제로 리더십 프로그램을 열고 책임감을 강조한다. 그런데 정작 구성원은 팀의 실제 성과 숫자도, 올해 예산이 줄어든 이유도, 다음 분기에 어떤 역량이 필요해지는지도 모른다. 알지 못하는 것에 책임을 지라는 요구는 성립하지 않는다. 책임감이 낮은 것이 아니라, 책임질 수 있을 만큼의 정보가 없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두 가지 관성이 있다.
PwC 데이터에서 변화의 이유를 모른다고 답한 18%는 바로 이 두 관성이 만든 숫자다. 한국 조직이라고 다르지 않다. 조직 개편 공지가 메일 한 통으로 내려오고, 배경 설명은 팀장 회의에서 멈추며, 구성원은 결과만 통보받는다. 이런 환경에서 몰입(Engagement)을 높이자는 메시지는 공허하게 들린다.
예산을 늘릴 수 없는 시기일수록 기업교육의 투자 효율은 이 지점에서 갈린다. 정보 없이 받는 기업교육은 태도를 바꾸라는 요구로 들리고, 정보와 함께 받는 프로그램은 스스로 판단하는 도구가 된다.
해결 방향: 정확한 정보가 신뢰를 만들고, 신뢰가 책임을 만든다
정보를 나누는 것은 신뢰를 보여주는 행동이다.
켄 블랜차드와 랜디 콘리는 신뢰를 받은 사람이 주인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고 말한다. 두 저자는 또한 ‘우리’ 없이는 신뢰도 없다고 짚는다. 정보를 공유하는 순간 조직의 결정은 ‘그들의 결정’에서 ‘우리의 결정’으로 바뀐다. 조직문화가 신뢰에서 시작되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 있다.
정보 공유를 신뢰 구축의 실천으로 옮기는 원칙은 세 가지다.
특히 세 번째 원칙은 HR이 직접 움직일 수 있는 영역이다. 필요한 역량을 안다는 응답이 49%에 그친다는 것은, 기업교육이 다뤄야 할 과제가 커리큘럼 바깥에도 있다는 뜻이다.
실행 방법: 기업교육 설계에 정보 접근을 넣는 세 가지
세 가지 모두 추가 예산이 거의 들지 않는다. 예산이 동결된 해에 HR이 품의서에 쓸 수 있는 가장 설득력 있는 개선안은 프로그램을 하나 더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이미 하는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할 조건을 갖추는 것이다. 협업과 실행력(Execution)이 막힌 팀을 들여다봐도 마찬가지다. 협업이 안 되는 팀의 구조적 원인도 결국 같은 정보를 함께 보지 못하는 데서 시작된다.
결론: 주인의식은 주인만큼 알 때 생긴다
주인의식은 가르쳐서 생기지 않는다. 주인만큼 알게 될 때 생긴다. 기업교육이 정보 접근과 함께 설계되어야 하는 이유다. 정보 공유는 예산이 들지 않는 투자이고, 숫자와 맥락을 나누는 조직에서 책임감은 요구하지 않아도 자란다. 그리고 그런 조직에서 인재는 쉽게 떠나지 않는다(Retention).
블랜차드 리더십의 신뢰 구축(Building Trust) 프로그램은 정보를 나누고 신뢰를 쌓는 행동을 구체적으로 익히는 리더십 역량 개발 프로그램이다. 다만 어떤 프로그램이 맞는지 정하기 전에, 우리 조직의 정보가 어디에서 멈추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순서다.
어디에서 멈추고 있을까